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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인권 유린 고발… 신장 수용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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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국 워싱턴대에 재학 중이던 중국인 베라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고향인 신장위구르자치구 쿠이툰시에 돌아왔다가 체포당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의 엄마였던 39세의 굴지라는 15개월 동안 감방에서 끔찍한 학대를 경험했고, 이후엔 장갑 공장에 배치됐다. 체포되고 수감된 이들 대부분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밤낮 없이 불이 환하고, 감시 카메라가 모든 공간과 모든 사람들을 비추는 수용소에서 언제 나갈지도 알 수 없었다.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책이 나왔다. 위구르 사회와 중국 감시체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국제학 조교수)가 신장 수용소에 수감됐거나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150만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사람들을 중간 수준에서 최고 수준의 보안을 갖춘 ‘재교육’ 수용소에 배치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종교 소수집단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 수용소이다.”

신장의 수용소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예비범죄에 대한 감시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특수하다. 신장 사람들을 예비범죄자로 취급해 인권과 법의 바깥으로 밀어낸 명분은 ‘대테러’였다.

중국 최서북단이자 인도에서 몽골에 이르는 8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위구르족 1200만명을 비롯해 카자흐족, 키리기스족, 우즈베크족 등 약 1500만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이다. 조용하던 신장 지역에 1990년대 들어 자원 개발과 농장 경영을 위해 한족이 몰려오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배타적인 우대조치를 시행하면서 무슬림 토착민들의 소요와 폭력사태가 이어졌다. 때론 한족 민간인에 대한 자살공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2014년 ‘테러와의 인민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신장 내 무슬림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감시 시스템이 구축됐고, 재교육 수용소들이 만들어진다. 2020년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위성 사진을 분석해 신장에 총 380개의 재교육 수용소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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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러 증언자들을 통해 수용소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실태를 폭로한다. 그것은 제노사이드는 아니더라도 인간성 말살이라고 말하기엔 충분할 정도로 가혹하다. 저자도 자신이 알고 지내던 약 40명의 위구르족 친구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용으로 인한 가족 분리, 가족 해체는 신장 지역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장 수용소는 감시 시스템일뿐만 아니라 공업 시스템이라는 점에서도 특수하다. 대규모 수감자 집단은 공장 노동력으로 공급됐다. “2017년 이래 공장들은 재교육 수용소와 연계된 공단 건설과 그에 따른 저렴한 인건비 및 보조금 등의 이점을 취하기 위해 신장으로 몰려들었다.”

중국 정부는 신장에서 수용소와 공장을 기묘하게 결합시켰다. 공장 배치를 거부하면 종교적 극단주의의 신호로 간주되며, 퇴직의 자유도 없다. 가족과 분리돼 기숙서에서 지내야 하고, 임금은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친다. 공장과 기숙사는 연성화된 수용소, 외주화된 수용소로 기능한다.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대규모 수용 프로젝트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다. 신장의 검문소와 수용소, 공장 등은 모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지문·홍체 인식 기술, 열감지 카메라, 앱을 통한 자동추적 기술, 빅데이터 분석, 음성인식 기술 등이 사용된다. 수용소에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들은 이상 행동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화질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수감자들의 얼굴 표정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감정 상태까지 모니터링한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빅테크들이 여기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메그비’는 얼굴인식 기계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중국의 감시 시스템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그비를 인큐베이팅한 게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연구소이다. 저자는 “IBM과 아마존, 구글 등 미국의 거의 모든 빅테크 기업이 중국의 감시기술 개발에 얽혀있다”는 오라클 부사장 켄 글루크의 말을 들려준다.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술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된 배경에 신장의 감시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대규모 국가 자본이 있다는 점도 짚어낸다.

신장 인권 문제는 국제 쟁점으로 부상한 지 오래이고, 그 진실을 둘러싼 논쟁도 적지 않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수용소의 존재가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직업교육 목적의 훈련센터”라고 강변하고 있다. 신장에 대한 연구 대부분이 미국 정부기관이나 보수단체의 자금 지원을 받아 나온 것이고, 수감자 규모라든가 인권 유린 실태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책은 신장의 수용소가 소문이나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다. 책을 읽다보면 중국이 21세기 신장에서 문화혁명의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미국의 첨단기술이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늘하다. 신장은 권위주의적 정치와 비윤리적 첨단기술이 결합된 현실의 디스토피아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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