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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2년, 글릭 시집 3권 한꺼번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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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9)의 대표 시집 3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 2년이 지나 글릭의 시집들이 한국어로 처음 번역돼 나온 것이다.

글릭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그래요. 기쁨에 모험을 걸어보자고요/ 새로운 세상의 맵찬 바람 속에서”라는 구절이 있는 시 ‘눈풀꽃(Snowdrops)’ 정도가 소개됐을 뿐이다. 하지만 글릭은 1996년 폴란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시인이라는 점에서 꼭 번역돼야 할 시인으로 꼽혀왔다. 2000년대 들어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경우도 스웨덴의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2011년)와 글릭, 두 명뿐이다.

이번에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의 번역으로 선보인 글릭의 시집들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앤 섹스턴, 어맨다 고먼 등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정 교수는 유명한 영시 번역자이자 루이즈 글릭 연구 재단을 설립해 관련 논문을 생산하고 있는 열정적인 글릭 연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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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릭은 1968년 첫 시집 ‘맏이(Firstborn)’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을 발표했다. 이중 1993년 퓰리처상을 받은 ‘야생 붓꽃(The Wild Iris)’, 2014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신실하고 고결한 밤(Faithful and Virtuous Night)’, 그리고 한림원이 글릭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그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집이라고 언급한 ‘아베르노(Averno)’ 세 권이 번역돼 나왔다.

정 교수는 글릭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이유에 대해 “시인이 어렵지 않은 말로 이 세계(자연)와 역사(신화) 안에서 우리 삶이 던지는 묵직한 과제들을 성찰한 그 차분한 시선과 미덕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는데, 과연 글릭의 시들은 어렵지 않다. 쉽고 아름답다. 그는 특별한 미학적 방법론에 기대지 않고 소박하고 신실한 언어들을 통해 명료함과 심오함에 도달하고자 한다.

“겨울이 끝날 것이고, 봄이 돌아올 것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보채는 그 조그만 산들바람, 그 맹한 노랑 꽃들-// 봄이 돌아올 것이다, 허위에/ 기반한 꿈이:/ 죽은 자들이 돌아올 거라는.” “눈이 퍼붓고. 그 칠흙의 밤은/ 바지런한 순백의 대기로 변모되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어떤 것이 드러났다./ 그 의미만은 드러나지 않았다.” 같이 정확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구절들이 많다.

시집 ‘아베르노’에 수록된 시 ‘아베르노’는 12쪽이나 이어지는 장시다. 이 시의 화자는 “허물어지는” 노인이다. “귀신이 될 준비를” 하는 늙은이. 화자는 아마도 아베르노를 여행하는 중인 듯 하다. 아베르노는 고대 로마인들이 지하 세계의 입구로 여겼던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작은 분화구 호수의 이름이다. 라틴어로 지옥이라는 뜻을 가졌다. 거기서 그는 가을이 끝난 벌판에 서서, 눈 덮인 벌판에 서서 “무엇과 작별하는지 보려고” 한다.

‘야생 붓꽃’은 글릭에게 명성을 안겨준 시집이다.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시집으로 식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한다. 자연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추하는 그의 시적 화법이 잘 드러나 있다.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글릭의 최근 시 세계를 알 수 있는 시집이다. 시인이 가장 아끼는 시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 예술가가 만년에 이르러 돌아보는 기억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하고 대부분의 시들이 대화체로 되어 있다.

시공사는 이번 시집들을 시작으로 글릭의 전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글릭은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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