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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 “골라듣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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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불멸의 곡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연주할 수 없네!”
호주 출신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그린 영화 ‘샤인’에 나오는 대사다. 헬프갓의 학생 시절 영국 왕립음악원의 지도교수가 했던 말로, 극 중에서 헬프갓의 정신분열증 동기로 작용한다.

영화의 과장된 묘사 때문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대중에게 가장 어려운 피아노곡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수많은 피아니스트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명곡인 것은 분명하다. 덧붙여 이 곡 외에도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이 ‘음표 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난이도가 높은데, 198㎝의 체격에서 오는 긴 팔과 30㎝ 넘는 손의 소유자인 라흐마니노프의 신체적 특성이 악보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지난해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았다. 바로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명연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임윤찬의 연주는 1월 현재 유튜브에서 리마스터 버전까지 포함해 1000만 회를 넘어섰다. 그리고 국내에선 뜨거운 임윤찬 신드롬 덕분에 라흐마니노프 음반 판매량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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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덕분에 부쩍 친숙해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라흐마니노프를 재조명하는 무대가 잇따를 예정이다.

러시아 최후의 낭만주의자, 우울과 불안을 음악으로 승화

라흐마니노프는 제정 러시아 시절 유복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집안의 파산, 부모의 파경, 두 누나의 죽음 등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인 그는 피아니스트인 사촌형 알렉산드르 실로티의 도움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18살 때 피아노과를, 19살 때 작곡과를 모두 수석으로 졸업했다. 피아니스트보다는 작곡가에 대한 꿈이 컸던 그는 18살 때 피아노 협주곡 1번(1891년 초연 이후 1917년 전면수정)을 시작으로 이듬해 오페라 ‘알레코’와 피아노 전주곡 c#단조를 초연하며 클래식계의 기대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4살 때인 1897년 발표한 교향곡 1번의 초연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준비 부족 등으로 실패하며 심한 악평을 받은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그는 이 작품을 서랍 속에 넣고 죽을 때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그의 타계 2년 후 다시 세상에 나온 이 작품은 재평가 속에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문제는 교향곡 1번 초연 실패 이후 그가 신경쇠약과 우울증으로 작곡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사랑을 키워온 사촌동생 나탈리아와의 관계가 고모 부부의 반대로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런 그의 재기를 도운 인물은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이다. 달의 심리 치료로 의욕을 되찾은 그는 1901년 발표한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받았으며, 이듬해엔 우여곡절 끝에 나탈리아와도 결혼하게 됐다. 한국의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바로 라흐마니노프와 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6년 초연 이후 여러 차례 재공연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올해 4월 극장 용 무대에 2주간 다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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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꾸린 후 작곡 외에 지휘와 연주도 활발하게 나선 그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가족과 함께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서방에서 피아니스트로 큰 각광을 받은 그는 망명 이후 매우 적은 수의 작품만 작곡했다. 작품번호가 붙은 라흐마니노프 작품은 전부 45개인데, 겨우 6개가 망명 후에 작곡됐다. 가족 부양을 위해 연주에 주력한 것도 있지만 당시 급격히 변해가는 클래식계에서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을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년 내내 다양하게 골라듣는 라흐마니노프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국내 무대에선 라흐마니노프 작품들을 연주하지 않았다. 올해도 6월 루체른 심포니와 11월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에 협연자로 나서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없다. 다만 임윤찬은 해외 무대 가운데 5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에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인 올해 국내 클래식계는 여러 연주자의 기념 공연이 예정돼 있다. 3월 윤이상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김홍기가 프렐류드 전곡을, 4월 피아니스트 조재혁과 정한빈이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던 포핸즈(four hands) 곡들을, 5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피아노 협주곡 1~3번을 들려준다. 5월 소프라노 서선영과 바리톤 이동환은 피아니스트 한상일과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대표 가곡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9월 조재혁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첼리스트 송영훈과 함께 피아노 3중주 등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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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케스트라들도 라흐마니노프 열풍에 동참할 예정이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3곡과 피아노 협주곡 3곡 등을 6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의 연주회에서 선사한다.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김혜진, 아비람 라이헤르트, 김도현, 임효선이 나선다. 5월에는 서울시향이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 박재홍과 함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KBS교향악단이 교향곡 2번과 피아니스트 안나 비니츠카야 협연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들려준다. 교향곡 2번은 9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10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도 예정돼 있다.

올해 4월 통영국제음악제에도 라흐마니노프가 주요 레퍼토리로 등장한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교향곡 1번과 김선욱 협연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또 아르메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바바얀은 ‘악흥의 순간’ 제2·6악장과 ‘회화적 연습곡’ 등을 들고 한국 관객과 만난다.

5월엔 라흐마니노프와 재즈의 콜라보 무대인 ‘쳇 베이커,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다’가 예정됐다. 두 아티스트의 접점은 트롬보니스트 돈 세베스키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에서 테마를 가져와 작곡한 ‘You Can’t Go Home Again’을 트럼펫 거장 쳇 베이커가 1977년 연주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I Fall in Love Too Easily’ 등 베이커의 대표작들로 1부를 구성한 뒤 2부에선 교향곡 2번 3악장을 비롯해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Elégie’ 등 재즈 감성의 라흐마니노프 작품들을 들려준다.

장지영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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